세상을 느끼려면
'나'는 허공처럼 공해야 한다.
마치 세상을 비추는 거울에는
본래 아무런 그림이 없듯이,
세상의 모든 색을
흰색은 흰색으로,
청색은 청색으로
분명하게 가려 보려면
내 눈에는
색안경이 끼워져서는 안 된다.
또 '이명' 또는
'귀울림 현상' 이 있으면
바깥의 소리를
잘 들을 수 없게 된다.
그러므로 정상적인 귀에는
본래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아야
모든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는
이치를 알 수 있는 것이다.
이렇게 눈에는 색깔이 없고
귀에는 소리가 없기에
세상의 색깔을 느낄 수 있고
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.
색은 빛에서 비롯되므로
빛을 손에 쥘 수 없듯
색도 손에 들 수 없다.
빨간 색종이가 있다면
종이는 손에 쥘 수 있지만
색깔만은 얻을 수는 없고 단지
눈에 보기만 할 뿐이라는 말이다.
소리 역시 생겨나는 듯하지만
찰나를 견디지 못하고
사라져 버린다.
얼음의 실체란
'물' 과 '찬 공기' 가
합해진 것이고,
물은
'수소' 와 '산소' 가
합해진 것이며,
산소란
본래 '허공'의 한 가지고
'수소' 도 역시 그와 같으니
'수소라는 허공' 과
'산소라는 허공',
그리고 '차가운 허공' 이
합해진 것을 곧
'얼음'이라고 한 것이므로
결국은 허공이고
허공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
물질의 실체는 '공(空)' 인 것이다.
이렇게
세상도 공하여 실체가 없고,
그 세상을 느끼는 감각도
맑고 투명하여 실체가 없으니
그 사이에서 일어나던
모든 의미란 과연 무엇이었을까.
무엇이 진실하기에
믿고 사랑하고 미워하며
분노하고 탐욕하며
싸우고 죽이는가.
- 〈불멸 〉보만. 화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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